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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글쓰기 평설 열국지 027

다빈1966 2021. 9. 23. 04:06

[列國誌]

■ 1부 황하의 영웅 (27)

제 1권 난세의 강

제4장 어머니와 아들 (4)



시대를 부르는 것이 사람인가, 아니면 사람을 부르는 것이 시대인가?

한 시대의 뛰어난 인물을 영웅이라고 한다.

그러나 영웅도 여러 타입이 있다.

그 중 간교한 수단으로 뭇 사람을 제압하는 타입을 간웅(奸雄)이라고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삼국시대의 조조(曹操)가 바로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조조(曹操)가 간웅으로 불린 첫번째 인물은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전인 이 시대에도 간웅(奸雄)은 있었다.


- 제후시대의 간웅!

그랬다. 정장공(鄭莊公)은 제후시대 초기를 장식하는 간웅(奸雄)으로서

이제 막 그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공자 여(呂)는 정장공 앞에 머리를 숙였다.

"주공께서 헤아리시는 바는 신(臣)이 도저히 미칠 바가 못 됩니다."


"핫핫핫 .... 그대는 너무 겸손해하지 마라."

정장공은 파안대소(破顔大笑)했다.

"이제부터는 그대의 역할이 중요하다."

웃음 끝에 이렇게 덧붙였다.


공자 여(呂)의 얼굴에 긴장감이 서렸다.

"무슨 말씀이신지?"

"나는 .......태숙 단(段)으로 하여금 반란을 일으키게 할 작정이다."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일으키게 하는 것입니까?"

공자 여(呂)는 침을 삼켰다.

"그렇다."

정장공(鄭莊公)은 경사 직(職)을 수행하고 있는 주왕실의 중신이다.

정나라 보다는 주나라 국정에 더 신경을 써야 했다.

그런데도 그가 10년 넘게 낙양으로 입조하지 않은 것은 태숙 단(段)을 경계해서였다.


그러나 이제 때가 왔다.

"나는 낙양으로 갈 것이다.

내가 이 곳을 비우고 낙양에 입조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이것은 쉬운 질문이다.

"주공께서 없는 틈을 타서 태숙 단(呂)이 군사를 일으킬테지요."

아니, 그보다 먼저 신정에 있는 무강이 경성에 내통하는 편지를 보낼 것이다.

태숙 단(呂)은 무강의 지시에 따라 군사를 일으켜 바람처럼 신정을 향할 것이 분명하다.

이제 알 것 같았다.

공자 여(呂)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반란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로군요."

"그러나 그렇게 되면 큰 싸움이 벌어지고, 나라는 혼란에 빠진다. 그래서는 별 의미가 없겠지."

"........................?"

"전면전은 피해가 너무 크다. 나는 피해를 줄이고 싶다.

그래서 생각한 것인데... 나는 낙양으로 떠나기 전 군사를 경성 근처의 골짜기에 매복해두려고 한다."

"아!" 공자 여(呂)는 탄성을 내질렀다.

비로소 정장공(鄭莊公)이 의도하는 바를 완전히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정장공(鄭莊公)이 신정에 없다는 것을 알면 태숙 단(呂)은 즉시 군사를 거느리고 경성을 출발할 것이다.

그 때 성밖에 매복해 있던 신정 군사들이 경성을 급습하여 점령한다.

본거지를 잃은 태숙 단(呂)은 신정을 공격할 마음을 잃고 늠연이나 형옹으로 향할 게 틀림없다.


그러나 그때쯤이면 낙양으로 향하던 정장공(鄭莊公)이 방향을 틀어 형옹과 늠연을 점령한 뒤일 것이다.

앞뒤로의 협공 - 태숙 단은 날개를 달았다 하더라도 이 포위망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태공망이 살아나더라도 이보다는 못할 것이다.'

공자 여(呂)는 눈부신 얼굴로 정장공을 쳐다보았다.

그런 공자 여(呂)를 향해 정장공이 마지막으로 확인하듯 물었다.

"이 일을 맡을 사람은 그대밖에 없다. 어떤가, 나를 도와주겠는가?"

"신은 오로지 주공의 지시에 따를 뿐입니다."



그로부터 얼마 뒤였다.

정장공(鄭莊公)은 궁정에 나가 여러 신하들에게 공표했다.

"그 동안 나는 경사의 직책을 맡은 몸으로 주왕실의 일을 너무 소홀히 했소.

우리 정나라도 안정되었으니, 나는 이제 낙양으로 들어가 천자의 정사를 보좌할까 하오.

제중족(祭仲足)은 내가 없는 동안 나라를 잘 보살펴주기 바라오."


"주공께서는 아무 염려 마시고 천자를 잘 보좌하시기 바랍니다."

대답하는 제족(祭足)의 눈에는 보일 듯 말듯 웃음이 서려 있었다.

그것을 공자 여(呂)가 보았다.


조례가 끝난 후 공자 여(呂)가 제족에게 다가가 물었다.

"제중족께서는 어찌하여 묘한 웃음을 지으셨습니까?"

"주공께서 나라의 후환거리를 소탕하기로 결심하셨으면서도 저렇듯 시치미를 떼고 계시니

어찌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있겠소이까?"


공자 여(呂)는 깜짝 놀랐다.

"그것을 어찌 아셨습니까?"

"며칠 전 공자께서 주공을 만나뵌 이후 공자의 얼굴에는 내내 결연한 빛이 떠올라 있었습니다.

이는 곧 주공이 공자에게 밀명을 내렸다는 증거가 아니오이까.

그래서 주공의 결심을 알게 된 것입니다."

공자 여(呂)는 다시 한 번 제족의 혜안에 찬탄을 금치 못했다.


🎓 29회에 계속........

출처 – 평설 열국지

유머 글쓰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