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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글쓰기 004 평설 열국지

다빈1966 2021. 7. 5. 19:59

[列國誌]

■ 1부 황하의 영웅 (4)

제 1권 난세의 강

제1장 기이한 출생 (4)



포성(褒城) 땅에 한 신인(神人)이 있었다.

하루는 그 신인이 두 마리 용으로 변해서 궁중 뜰로 내려왔다.

용들은 입가에 거품을 흘리며 걸왕에게 말했다.

-- 우리는 포성의 두 임금이다.

걸왕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태사를 불렀다.

-- 나는 저 두마리 용을 죽이려 한다. 점을 쳐보아라.
점괘는 '불길(不吉)'이었다.

걸왕이 다시 명했다.


-- 두 용을 쫓아버리려 한다.

역시 '불길(不吉)'이라는 점괘가 나왔다.

그런데도 걸왕이 용을 죽이려 하자 태사가 진언했다.


-- 이 두마리 용은 신인(神人)이 변한 것입니다.

이것은 상서로운 일입니다.

용이 흘린 거품은 용의 정기입니다.

잘 간직하면 복된 일이 있을 것입니다.


걸왕은 또 점을 쳐보게 했다.

이번에는 '대길(大吉)'이었다.


걸왕은 두 용에게 제사 지내고 황금 그릇에다 용의 거품을 받아 붉은 나무상자 속에 소중히 넣어두었다.

그제야 두 용은 구름을 헤치고 날아갔다.

걸왕은 궁궐 창고 안에다 그 상자를 간직했다.

그 후 은 왕조를 거쳐 9백여 년이 지날 때까지 아무도 그 상자를 열어 본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주선왕의 아버지인 주여왕 때의 일이었다.

어느 날, 그 나무상자 속에서 한 줄기 빛이 새어 나왔다.

창고를 지키는 관리에게서 보고를 받은 주여왕은 호기심이 일었다.


-- 그 상자 속에 무엇이 담겨져 있느냐?

창고지기 관리가 9백여 년 전의 일을 이야기하자 주여왕은 두 눈을 빛냈다.

-- 상자를 열어라.

관리가 뚜껑을 열자 상자 안에서는 과연 황금 그릇 하나가 나왔다.

신하들은 그 황금 그릇을 두 손으로 받들어 주여왕에게 바쳤다.


그때 주여왕이 실수를 했다.

그릇을 받아들다가 놓친 것이었다.

황금그릇은 땅 위로 떨어졌다.

그 바람에 그릇 속에 담겨 있던 용의 거품이 쏟아졌다.

-- 아!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사람들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주여왕이 그릇을 놓쳐서가 아니었다.

쏟아진 용의 거품이 땅에 닿는 순간 도마뱀으로 변했기 때문이었다.

모두들 놀라 멍하니 서 있는 사이, 도마뱀은 재빠르게 풀숲으로 숨어 버렸다.


-- 잡아라!

명령이 떨어지자 신하들은 도마뱀을 찾느라 한동안 야단법석을 떨었다.

"그때 제 나이 여덟 살이었는데, 우연히 후궁 화원을 지나다가 도마뱀이 지나간 자국을 밟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제가 열다섯 살 되던 해 어느 날 갑자기 뱃속이 뜨거워지더니

이후 점점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애를 밴 것처럼 배가 불룩해지자 주여왕께서는 혼인도 하지 않은 것이 임신했다 하여

저를 깊숙한 방에다 가두어버렸습니다.

그런 지 40년이 지난 어젯밤에야 아이를 낳은 것입니다.

저는 이 사실을 숨길 수가 없어 왕후께 아뢰었고,

왕후께서는 그런 괴물을 용납할 수 없다 하시며 강물에 내다버리게 하였던 것입니다."


믿는다고 말은 했지만, 그 말을 어찌 그대로 믿을 것인가.

주선왕은 기분이 몹시 좋지 않았다.

늙은 궁녀에 대해서가 아니었다.

그 궁녀가 들려준 이야기가 기분 나쁜 것이다.


-- 여자가 나라를 어지럽힐지도 모르겠습니다.

태사 백양보의 말이 다시금 뇌리를 스쳤다.


"알겠다. 그만 가보아라."

주선왕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방문 밖에 대기하고 있던 궁녀를 불러 명했다.

"지금 강에 가서 내다버린 계집아이를 보고 오너라."

궁녀는 한밤중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흐르는 물에 떠내려갔는지 계집아이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죽었을까?"

"아마도 그러한 듯싶습니다."

궁녀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긴 하였으나, 주선왕의 마음은 여전히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주선왕은 밤새 어지러운 꿈을 꾸었다.

잠자는 건지 깨어 있는 건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다.

새벽녘에야 깊은 잠에 빠진 주선왕이 눈을 떴을 때는 해가 높이 솟은 뒤였다.

하룻밤을 자고 났는데도 주선왕은 여전히 늙은 궁녀가 낳았다는 갓난 계집아이의 생사가 궁금했다.

아니 궁금한 게 아니라 마음에 켕겼다.
'만일 살아 있다면... 찾아 죽이리라!'

주선왕은 조정으로 나가자마자 태사 백양보를 불렀다.

전날 밤에 들은 궁녀 일을 들려준 후 명했다.

"그 계집아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점을 쳐 보아라."

백양보가 점을 치고 나서 그 복사(卜辭)를 바쳤다.


울다가 웃다가, 웃다가 또 운다.

염소는 귀신에게 잡아먹히고, 말은 개에게 쫓긴다.

삼가고 삼가라, 산뽕나무로 만든 활과 기나무로 만든 화살통이여.


주선왕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백양보가 그 뜻을 풀이해주었다.


"십이지(十二支)로 보면 염소는 양(羊)이니 곧 미(未)이며, 말(馬)은 오(午)를 가리킵니다.

즉 오미(午未)의 해(年)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울고 웃는다는 것은 슬픔과 기쁨을 의미합니다.

신이 생각해보건대, 요기가 궁성을 떠났다고는 하나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빨리 그 갓난 계집아이를 찾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주선왕은 자신의 예감이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대부(大夫)두백(杜伯)을 불러 서릿발 같은 명을 내렸다.


"성안, 성밖 할 것 없이 집집마다 조사하여 물에서 건져낸 갓난 계집애를 찾아라.

죽었거나 살았거나 상관없다.

그 계집 아이를 바치는 자는 비단 3백 필을 상으로 내리겠다.

그러나 감춰두고 몰래 기르는 자가 있다면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모두 참수형에 처하라."


두백은 명을 받고 물러났다.

주선왕은 내친김에 대부 좌유(左儒)를 불러 또 다른 지시를 내렸다.

"그대는 거리마다 방을 붙여 활과 화살통을 만들지도, 팔지도 못하게 하라.

이를 어기는 자가 있으면 가차없이 사형에 처하라."


하루 아침에 궁성 안팎은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성안 백성들은 몸을 떨며 감히 활과 화살을 만들어 팔 생각을 하지 못했다.


5편에 계속.......

유머 글쓰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