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글쓰기 평설 열국지 019
[列國誌]
■ 1부 황하의 영웅 (19)
제 1권 난세의 강
제3장 제후시대가 열리다(4)
4개국 연합군 총사령관 신후(申侯)는 왕성을 점령했다.
그는 궁으로 들어가 냉궁에 갇혀 있던 강후를 구출한 후 주유왕과 포사의 행적을 찾았다.
"왕을 찾는 자에게는 큰 상을 내리리라!"
이런 명령을 내렸을 때였다.
궁성 문이 열리며 융주(戎主)가 포사와 함께 나타났다.
신후(申侯)가 물었다.
"왕은 어디 계신가?"
"푸하하하......... 우매한 왕은 죽었소.
이제 모든 것이 그대가 바라던 대로 되었소. 축하하오."
신후(申侯)의 얼굴빛이 해쓱해졌다.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해 크게 탄식했다.
"이번에 내가 대사를 도모한 것은 오로지 왕의 마음을 바로 잡으려는 데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될 줄이야.
아아, 이제 내 이름은 후세에 영원히 임금을 죽인 불충한 자로 기록될 것이다.
이 일을 어찌한단 말이냐."
그랬다.
신후(申侯)의 목적은 주유왕의 개과천선이었을 뿐 혁명(革命)은 아니었다.
혁명이 무엇인가.
- 하늘의 명을 받아 모든 것을 고치다.
주무왕이 은나라를 멸하면서 외쳤던 말이다.
신후(申侯)는 이런 거창한 슬로건을 내세운 것은 아니었다.
그는 주유왕의 마음을 달래 강후와 의구(宜臼)를 복위시켜 주왕실을 안정시키고자 하는 작은 꿈을 가졌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무엇인가.
그는 졸지에 왕을 죽인 신하가 되어버렸다.
왕을 죽인 자는 대역이다.
- 신후, 주유왕을 죽이다.
이런 오명이 후세에 길이길이 남을 것이다.
신후(申侯)는 견융을 끌어들인 것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그러나 융주에게는 그러한 빛을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왕의 시신을 잘 거두어 예법에 맞추어 장사 지내도록 하라."
침통한 표정으로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그러한 모습을 본 융주는 껄껄 웃으며 신후를 비웃었다.
"신후의 그 말은 아녀자 같은 어짊(仁)이다."
신(申侯)후는 호통을 치고 싶었으나 눌러 참았다.
대신 그는 환하게 웃음을 지으며 융주의 손을 잡았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으니 축배의 술잔을 듭시다."
노련한 제후다운 감정의 다스림이었다.
"축배의 잔, 좋지요."
궁궐 안에 잔치가 벌어졌다. 융주(戎主)를 대접하는 잔치였다.
창고의 금은보화는 이미 융병들이 끄집어내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신후(申侯)는 다시 금과 비단을 걷어 모아 수레 열 대에다 싣고 융주에게 내주었다.
"그동안 수고 많았소이다. 이제 그만 본국으로 돌아가셔도 됩니다."
융주는 느물느물 웃고 있었다.
"이 곳 호경도 지낼 만하군요. 좀더 머물다 돌아가렵니다."
그는 날마다 기마대를 동원하여 성안 거리를 달리면서 자신의 위세를 과시했다.
밤이 되면 잔치를 벌여 술과 여자와 음악을 즐겼다.
특히 포사를 한시도 곁에서 떼어놓지 않았다.
마치 주나라 왕이라도 된 듯한 행동이었다.
어쩌면 포사가 융주에게 그렇게 시켰는지도 몰랐다.
일이 이렇게 돌아가자 호경 백성들은 물론 조정 신하들까지도 원망하는 마음이 깊었다.
- 신후가 나라를 오랑캐에 팔아 먹었다.
- 신후가 왕위를 노리고 있다.
온갖 소문이 난무했다.
염려했던 점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어허 .........!"
신후(申侯)는 답답하고 초조했다.
융주를 쫓아내려 해도 군세가 미약했다.
잘못 하다간 오히려 더 큰 화를 자초할지 몰랐다.
'이리를 내쫓으려다가 범을 끌어들였구나.'
신후는 후회를 거듭했다.
이번 일을 처음부터 주도했던 대부 여장이 책임을 느꼈음인지 은밀히 권했다.
"제후들을 불러들이심이 어떠할지요?"
여러 제후국들의 군사를 동원하여 견융을 내치자는 뜻이었다.
그러나 주유왕을 죽였다는 자책감이 신후(申侯)를 위축시켰다.
"제후들이 나의 말을 들을까?"
"일의 잘잘못은 왕실을 재건한 후에 따질 일입니다.
지금은 눈앞의 오랑캐를 몰아내는 데 전념해야 합니다.
제후들이 어찌 이 일을 모르겠습니까?
지금 곧 밀서를 각 봉국으로 보내십시오.
틀림없이 군사를 몰고 달려올 것입니다.
그때 주공께서 그들과 호응하시면 견융은 버티지 못하고 호경을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묘책은 아니었으나 그 외에 달리 뾰족한 방도가 없었다.
신후(申侯)는 융주 몰래 밀사를 각 봉국으로 파견했다.
다음에 계속........
유머 글쓰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