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列國誌]
■ 1부 황하의 영웅 (38)
제 1권 난세의 강
제6장 정장공의 복수(2)
정나라에 의한 경작물 탈취 사건이 두 번씩이나 발생하자 주환왕(周桓王) 분노는 극에 달했다.
- 이는 경사직에서 쫓겨난 정장공(鄭莊公)이 왕실을 골탕먹이기 위해 고의적으로 일으킨 행위가 틀림없다.
주왕실 부흥 선언하고 원로공신인 정장공까지 퇴출시킨 주환왕(周桓王)이었다.
이 일을 그냥 지나친다면 그간 노력은 헛것이 된다.
"군사를 일으켜 정나라를 문책하리라!“
주환왕(周桓王)의 입에서는 노기에 찬 음성이 터져나왔다.
정청 안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때 주공 흑견이 자리에서 일어나 흥분한 주환왕(周桓王) 마음 가라앉혔다.
"정나라 제족이 비록 왕실의 보리와 나락 도적질해갔으나, 이는 변방의 소소한 일입니다.
왕께서 작은 일에 분노하여 오랫동안 왕실을 보살펴 온 신하 버리신다면
어느 제후가 왕실 보필하려 들겠습니까?
모르는 척 넘어가면 오히려 정나라에서 더 미안해할 것이며, 천하의 제후들은 왕의 크신 성은에 감복할 것입니다.
깊이 헤아리십시오."
주공 흑견은 누구보다도 정장공(鄭莊公)을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정장공의 간웅적인 기질 잘 파악하고 있었다.
'왕을 자극하려는 행위이다.'
경사직에서 쫓겨난 정장공(鄭莊公)은 그에 대한 보복으로 군사 일으켜 주왕실을 칠 수도 있었다.
그럴 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그렇게 하지 않고 어린애 장난 같은 치졸한 짓 하였다.
'왜'
아무리 강대국이지만 제후국으로서 왕실을 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명분이 약하다.
관직에서 쫓겨났으니 공격하겠다.
이래서는 다른 제후들의 공조 얻지 못한다.
잘못하면 천하 제후들의 공적(公敵)이 될 수 있다.
정장공은 고민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분노 삭히기에는 그의 성격이 너무 불 같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주환왕(周桓王) 자극하자, 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 오면 치겠다.
그때는 방어라는 뚜렷한 명분이 있다.
왕군(王軍)과 싸워도 그에게는 잘못이 없다. 정당방위가 아닌가.
싸우면 이긴다. 이런 자신감 정장공에게는 있을 것이다.
"군사 일으키게 되면...........유인술 말려드는 행위입니다.“
주공 흑견은 차근차근 설명했다.
주환왕(周桓王) 등골이 서늘해졌다.
비로소 자신이 지나치게 흥분했음 깨달았다.
'정치란 이런 것인가.‘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자각이 일었다.
- 의욕만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대놓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주공 흑견의 눈빛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것 같았다.
'어렵군.‘
주환왕(周桓王) 어깨 아래로 처지기 시작했다.
중신회의가 끝날 무렵, 그의 입에서는 이런 명이 떨어졌다.
"연변의 모든 지방은 타국 병졸들이 경계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잘 방비하라."
주왕실과 정나라 사이에 일어날 뻔했던 군사적 충돌 아슬아슬하게 비켜나갔다.
그렇다고 그 앙금이 완전히 가라앉은 것은 아니었다.
왕실 부흥 주창한 주환왕(周桓王) 왕실 능가하는 패업 달성하려는 정장공의 야심은
끝없이 뻗어가는 평행선.
잠시 수면 속으로 감추어진 것뿐이었다.
정장공(鄭莊公) 지나간 일을 잘 잊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그는 지난날 위나라와 송, 노, 진, 채 등 다섯나라가 연합하여 정나라를 침공해 온 것이 여간 괘씸하지 않았다.
'주환왕(周桓王) 경사에서 쫓아낸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복수하고 싶었다. 아니 반드시 복수를 해야 했다.
'나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그들을 응징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어찌 생각처럼 쉽게 이루어지겠는가.
무엇보다도 다섯 나라 상대로 일시에 싸울 수가 없었다.
엄청난 국력 소모하게 될 것이다.
그 싸움에서 이긴다 하더라도 정나라는 빈 껍데기가 될 것이 뻔하다.
그래서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다.
- 한꺼번에 열 개의 화살을 부러뜨리진 못해도, 하나하나 상대하면 쉽게 열 개의 화살을 부러뜨릴 수 있습니다.
제족(祭足)이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했다.
정장공의 머릿속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렇군!'
그 날 이후 정장공(鄭莊公)의 머릿속은 바쁘게 움직였다.
다섯 나라 중 노나라와 진, 채나라는 형식적인 가담을 했을 뿐이다.
직접적인 무력 충돌 없었다.
그들에 대해서는 별로 괘씸하다는 생각 들지 않았다.
- 위(衛)와 송(宋).
위나라 주우는 정나라를 치기 위하여 연합군 결성 발의한 주범이요,
송상공은 공자 풍(馮)을 제거하려는 흑심 품고 위나라에 동조한 공범이었다.
이 두 나라에 대해서는 어떠한 수단을 써서라도 응징 해야만 했다.
이렇게 압축되자 정장공(鄭莊公) 제족을 불렀다.
"위와 송 중 어느 나라를 먼저 치는 것이 좋을까?“
"송(宋)나라를 먼저 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제족(祭足)의 대답은 명쾌했다.
"어째서 송나라인가?“
"위나라는 조만간 변란이 일어나 주우가 살해되고 다른 공자가 군위에 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건 무슨 소리요?“
"위나라가 우리나라 친 것은 정책에 의해서라기보다 주우의 개인적인 욕심에 의해서였습니다.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이 없어질 마당에 우리가 굳이 위나라를 칠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송나라를 먼저 치자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정장공(鄭莊公)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경(卿)은 어찌 주우가 살해될 것이라고 장담하시오?“
"주우는 비록 네 나라를 끌어들여 침공했지만, 애초에 목적인 민심 수습하는 데 실패 했습니다.
오히려 백성들로부터 비웃음만 사고 있습니다.
군주가 아래로부터 비웃음과 조롱을 받게되면 명이 서지 않을 것이요,
명이 서지 않으면 자연 변란 일어나게 마련입니다.
두고 보십시오. 제 예측대로 주우는 반드시 살해당할 것입니다.“
"나는 경(卿)의 말을 믿지 못하겠소."
그들이 정청 안에 앉아 한창 이런 말을 나누고 있을 때였다.
대부 영고숙이 급한 걸음걸이로 들어왔다.
"위나라에 변란이 일어 주우와 석후가 살해되고,
형나라로 망명했던 공자 진(晉)이 새로이 군위에 올랐다고 합니다.“
마치 두 사람의 얘기를 듣기라도 한 듯한 보고였다.
정장공(鄭莊公)은 깜짝 놀라 제족(祭足) 바라보았다.
"예상보다 일찍 진행 되었군요."
제족(祭足) 태연히 중얼거렸다.
그런 제족을 바라보는 정장공(鄭莊公) 눈길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이 사람은 귀신인가.‘
정장공(鄭莊公)의 놀라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영고숙은 위나라에서 발생한 사건의 경위 전하기 시작했다.
🎓 39편 계속........
출처 – 평설열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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