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列國誌]
■ 1부 황하의 영웅 (35)
제 1권 난세의 강
제5장 이상한 인질 교환 (5)
주우가 형 위환공(衛桓公)을 죽이고 군위에 오르자 하루아침에 위나라는 세상이 변해 버리고 말았다.
위환공의 친동생이자 주우의 이복형인 공자 진(晉)은 무슨 화를 당할지 몰라 재빨리 형(邢)나라로 달아났고,
상경 석작은 관직에서 사퇴하여 집에 칩거했다.
반면 석후는 상대부(上大夫)가 되어 위나라 정권을 한 손에 휘두르게 되었다.
그동안 주우를 따르던 사람들도 모두 한 자리씩 차지했다.
그러나 백성들이라고 모두 어리석고 순종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 주공은 주우란 자의 손에 암살당했다.
- 오래 전부터 군위 찬탈하려 음모 꾸며 왔다.
성안 어디 가도 이런 수군거림 일었다. 주우 여론이 심상치 않음 깨달았다.
'이래서는 나라 제대로 다스릴 수가 없다.'
내부의 불만 달래는 방법은 단 하나 - 백성 관심 외부 돌리는 길뿐이었다.
그는 상대부 석후 불렀다.
"소란한 민심 가라앉히기 위해서 다른 나라와 전쟁 일으키는 것이 가장 좋다.
어느 나라 치는 것 좋을까?"
그때 정나라에서 망명해 온 공손활은 늘 석후와 붙어 다녔다.
그 날도 그는 석후를 따라 정청에 들어왔다가 주우 의논하는 소리 들었다.
재빨리 끼어들어 예전부터 꿈꾸어왔던 생각 밝혔다.
"정장공(鄭莊公)은 천하 무도한 자입니다.
동생인 태숙 단을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죽였을 뿐 아니라, 왕실의 태자를 인질로 삼는 엄청난 짓까지 저질렀습니다.
주평왕이 죽은 것 그 때문이며, 태자 호(狐) 세상 떠난 것도 정장공 대한 울분 때문입니다.
천하는 모두 정장공(鄭莊公)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정나라 토벌하면 세상 여론 모두 주공편이 될 것입니다.
정나라를 치십시오. 아울러 아버님 원수 갚아주십시오."
"공손활의 말이 맞습니다.
더욱이 정장공(鄭莊公)은 주공의 원수이기도 합니다.
지난날 주공께서는 늠연 땅에서 정나라 군사의 공격 받고 패한 적 있질 않습니까?
또한 위환공은 정장공(鄭莊公)에게 사죄의 편지를 올리는 굴욕적인 외교 행한 바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정나라 쳐서 지난날 수치 씻어야 합니다."
석후 공손활 거들었다.
주우는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표정이 금세 어두워졌다.
"그대들의 말이 백번 옳다. 하지만 정나라는 강하다.
최근에는 제(齊)나라와 동맹 맺었다고 한다.
만일 우리가 정(鄭)을 치면 제나라가 도우러 올 것은 뻔한 일, 우리가 어찌 두 나라 당해낼 수 있겠는가.
나는 이것이 걱정이다."
주우의 말 사실이었다.
정장공(鄭莊公) 자신의 영향력 더 강화하기 위해
얼마 전 동방의 대국인 제나라 군주 제희공(齊僖公)과 석문(石門)이라는 곳에서 삽혈동맹을 맺은 바 있었다.
삽혈이란 짐승의 피 입술에 바른다는 의미로, 하늘 맹세 고할 때 행하는 의식(儀式)이다.
그러나 석후는 주우의 그러한 걱정을 예상하고 있었기라도 한 듯 씨익 웃으며 다시 입 열었다.
"그 점 때문이라면 주공께서는 아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염려하지 말라니?"
"지금 정장공(鄭莊公)은 태자 인질 삼은 일로 천하 인심 잃고 있습니다.
따라서 주변의 여러 제후들에게 연합 제안하면 그들은 틀림없이 주공 제안 응할 것입니다.
그런 후 정나라로 쳐들어가면 무슨 근심 있겠습니까?"
"연합이라...... 어느 나라와 연합하면 좋을까?"
"먼저 송(宋)노(魯)나라 설득이 좋겠습니다.
그 외에 진(陳)과 채(蔡)나라에게도 원군 청하십시오."
"아무리 정장공에 대한 여론 나쁘다 하더라도 정나라 강국이다.
과연 그들이 우리 연합 하여 정나라 공격하려 들지 의문이로군."
"주공께서 군위 오르시더니 걱정 많이 느셨습니다.
진(陳)과 채(蔡)는 소국입니다.
또한 원래부터 주왕실에 순종하는 나라입니다.
우리와 함께 정나라를 치자고 하면 두말없이 군사 보내올 것입니다."
"진(陳)과 채(蔡) 그렇다 치더라도 송(宋)과 노(魯)나라는 쉽게 군사 보내지 않을텐데....."
"그것 역시 주공께서 두 나라 사정? 잘 알지 못하시는 말씀입니다."
송(宋)나라 주왕실이 은나라 왕족에게 분봉한 제후국이다.
시조 미자(微子).
은나라 왕이었던 태을(太乙)의 큰 아들로, 은왕조 삼인(三仁)중 한사람이다.
은나라 마지막 왕이었던 주왕(紂王) 이복형이다.
주무왕은 은나라 멸망시킨 후 산 속에 은거해 있던 미자(微子) 찾아내어 은나라 땅 일부 내주고 나라 다스리게 하니,
송나라 기원이다.
수도는 상구(商丘), 지금의 하남성 상구현 남쪽 일대 지역이다.
당시 송나라 군주는 송상공.
여이(與夷)이다.
송상공 군위 오르기 까지 약간 복잡한 사정 있다.
송상공의 아버지는 송선공(宋宣公)인데,
송선공은 죽으면서 세자인 여이(與夷)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한 유언을 내렸다.
- 내가 죽으면 동생인 화(和)가 군위에 오르도록 하라.
공실 조용할 리 없었다.
한동안 어수선한 끝에 송선공의 유언대로 동생 화(和)가 군위 계승 하였다.
이가 송목공(宋穆公)이다.
송목공 재위 9년 만에 중병에 걸려 죽음 눈앞에 두게 되었다.
중신들을 불러 유언 내렸다.
- 내가 군위 이어받을 수 있었던 것 오로지 선군 은혜 받아서다.
따라서 나는 이제 그 은혜 갚으려한다.
내게 비록 아들 풍(馮)이 있지만, 내가 죽은 후에는 선군의 아들인 여이(與夷) 군주 올려라.
내 아들 풍(馮) 정나라 옮겨가서 살게 하라.
송목공이 숨 거두자 중신들 유언 따라 공자 풍(馮) 정나라로 옮기고,
송선공의 아들 여이(與夷)를 새군주로 받들었다.
송상공이었다.
불과 서너 달 전으로, 주우가 위환공 죽이고 군위 찬탈할 때와 거의 비슷한 시기 일이었다.
"이 점 이용하는 것입니다.
'정나라로 망명한 공자 풍(馮) 불만 품고 정나라 꼬드겨 송나라 쳐 군위 뺏으려 한다.'
이렇게 얘기하면 송상공은 불안한 마음 이기지 못하고 우리 도와 정나라 공격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노(魯)나라 역시 공실사정이 복잡하여 공자 휘가 병권 잡고 있는 실정입니다.
공자 휘에게 많은 뇌물을 보내고 연합을 청하면 노(魯)나라 군대를 쉽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주공께서는 아무 걱정 마시고 결단 내리십시오."
석후의 막힘 없는 말 주우 얼굴 환하게 폈다.
"그대 말을 들으니 내 걱정이 봄바람에 눈 녹듯 말끔히 사라지는구나."
주우는 이내 노(魯), 진(陳), 채(蔡) 삼국으로 연합을 청하는 사자를 보냈다.
그러나 송나라로 파견할 마땅한 인물이 눈에 띄지 않았다.
석후 천거한다.
"제가 아는 사람중에 영익(寧翊)이라는 사람 있습니다.
말주변 좋고 임기응변에 능한 사람입니다."
주우는 영익(寧翊)을 불러 시험해 보았다. 과연 구변이 뛰어났다.
"이번 일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 송나라 끌어들이냐 여부에 달려 있다.
그대는 반드시 송(宋)나라가 군사 동원하도록 송상공 설득하고 돌아오라."
영익(寧翊)은 수레 몰아 송나라 향해 떠났다.
공궁으로 들자 송상공 정청으로 불러들였다.
"그대는 무슨 일로 우리나라에 왔는가?"
직설적인 물음에 영익(寧翊)은 송상공이 매우 감정적인 사람이라 간파했다.
이런 류(類) 사람에게는 말 빙빙 돌려서 안 된다.
영익(寧翊) 역시 단도직입적으로 솔직하게 대답했다.
"지금 위(衛)나라가 정나라를 치려고 하는데 힘이 부족하여 송나라에 원군 청하러 왔습니다."
"그대 주공은 왜 정나라 치려고 하느냐?"
"정장공(鄭莊公)은 간웅입니다.
아우의 반역 유도하여 죽이고, 어미 감금하는 등 간악한 수단으로 정나라 정권 잡았을 뿐 아니라,
친조카 공손활 죽이기 위해 우리 위나라까지 침공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선군 위환공 나약했기 때문에 정장공(鄭莊公)에게 사죄 편지 보내는 치욕 당하기도 했습니다."
"............................"
" 또한 정장공(鄭莊公)은 경사의 직책 남용하여 왕실의 태자 인질로 하는 안하무인 행동 자행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천하는 정(鄭)나라의 것이 되고 맙니다.
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불행입니다.
이에 우리 주공께서는 작게는 우리 선군 치욕 씻고, 크게는 천하 안녕 위하여 정나라 치려고 하는 것입니다."
" 그뿐인가?"
" 그러합니다."
" 그렇다면 나는 정(鄭)나라 치기 위해 군사를 내지 않겠다."
송상공은 이제 막 군위에 오른 사람이었다.
공연히 남의 일에 끼어들어 욱일승천하는 정(鄭)나라와 원ㅜ 맺을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내정을 안정시키는 게 급선무였다.
송상공의 딱 부러진 거절에 영익(寧翊)은, 그러나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입가에 비웃음 머금었다.
"송나라가 군사를 내고 안 내고는 군후 마음입니다만,
정나라가 패권 잡게 되면 가장 먼저 망하는 나라는 송(宋)나라가 될 것입니다."
송상공 불쾌한 기색 드러냈다.
"정나라와 원수진 일이 없다.
그런데 그대는 어째서 정(鄭)나라가 우리를 가장 먼저 칠 것이라고 장담하는가?"
"까닭 알고 싶으십니까?"
"그렇다. 나는 그대가 그렇게 말한 이유 알아야겠다."
"그렇다면 좌우 물리쳐주십시오. 까닭 아뢰겠습니다."
송상공은 영익(寧翊)의 청대로 좌우 신하들 물러가게 했다.
넓은 궁정에는 송상공과 영익(寧翊) 두 사람만 남았다.
"이제 말해 보아라. 그대는 무슨 근거로 송나라 가장 먼저 멸망할거 장담 하는지.
만일 그대가 나를 납득시키지 못하면 나는 이 자리에서 그대 목을 베리라!"
송상공의 말은 가을 서릿발처럼 싸늘했다.
그러나 영익(寧翊) 두려워하는 빛 없이 송상공 향해 물었다.
"군후께서는 오늘날 군위 누구로부터 물려받았습니까?"
"숙부인 송목공에게서 전해 받은 것이다."
송상공의 대답에 영익(寧翊)은 목소리 가다듬은 후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말 이었다.
"자고로 부친 죽으면 그 아들이 군위 계승하는 것이 법도입니다.
세상 떠나신 송목공은 성인(聖人)과도 같으신 분이라 요순(堯舜)의 마음으로 조카인 군후께 군위 계승케 하셨지만,
졸지에 군위 잃고 타국으로 망명한 그 아들 공자 풍(馮)은 지금쯤 마음이 어떠하겠습니까?"
"............................"
"모르긴 몰라도 몸은 정나라에 가 있으나 마음은 한시도 송나라 잊지 못하고 있을 것입니다.
더욱이 정장공과 공자 풍(馮) 교분 매우 두텁습니다.
과연 그들은 매일 얼굴을 접하면서 무슨 얘기 나누겠습니까.
천고의 간웅인 정장공이 군위를 잃고 쫓겨난 공자 풍(馮)의 울분 못 본 척 놔두리라 보십니까?
아닙니다. 정장공 반드시 공자 풍(馮) 울분 풀어준다는 명목 송나라 노릴 것임 틀림없습니다.
공자 풍이 돌아오면 송나라 백성들은 그의 부친인 송목공(宋穆公)의 은혜 생각하고
너나 할 것 없이 추종할 것입니다.
그러면 군후께서는 어떻게 되십니까?
사정이 이러한데도 군후께서는 송나라가 가장 먼저 멸망할 것이라는말 납득하지 못하시겠습니까?"
송상공의 얼굴빛이 핼쓱해졌다.
영익(寧翊)의 말 한구석 틀린 데 없었다.
과연 모든 것 말처럼 이루어질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송상공 자신 정나라 망명해있는 공자 풍(馮)의 존재 몹시 껄끄러워하고 있지 않았던가.
이제 영익(寧翊)의 말 들으니 모든 것 명확해 졌다.
송상공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흔연히 대답했다.
"그대 말이 옳소. 우리 송나라 군사 일으키 겠소."
이때 송나라 대부 사마(司馬)직을 맡고 있는 공보가(孔父嘉)라는 사람이 있었다.
사마는 군사에 관한 업무 관장하는 관직 이다.
공보가 은나라 탕왕(湯王)의 후예로 사람됨이 바르고 정직하여 사사로움 없었다.
그는 송상공 영익(寧翊)의 말에 넘어가 군사를 일으킨다는 소식 들었다.
한걸음에 달려가 송상공 만류했다.
"위나라 사자의 말 들어서는 안 됩니다.
정장공(鄭莊公)이 동생을 죽이긴 했지만, 그것은 동생이 먼저 반역했기 때문입니다.
정장공보다는 오히려 형을 죽이고 군위를 찬탈한 위나라 주우 죄 더 깊습니다.
주공께서는 깊이 생각하십시오."
그러나 송상공은 공자 풍(馮)을 더 신경쓰고 있었기 때문에 공보가(孔父嘉) 말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익(寧翊)이 송나라를 설득하고 돌아오자 주우는 크게 기뻐하고 그에게 많은 재물을 상으로 내려주었다.
다른 나라로 갔던 사자들도 속속 좋은 소식을 가지고 돌아왔다.
- 노(魯)나라 공자 휘도 군사를 일으키기로 약속했습니다.
- 진(陳)나라도 연합에 동조했습니다.
- 채(蔡)나라 기일 어기지 않고 정나라 공격하겠답니다.
아렇게 해서 위(衛), 송(宋), 노(魯), 진(陳), 채(蔡) 등 다섯나라 연합군 결성되었다.
이들은 송나라가 공작의 나라였으므로 송상공 맹주로 떠받들었다.
위나라 상대부 석후가 선봉이 되고, 주우는 후군이 되었다.
다섯 나라의 총 병력은 병차 1천3백승.
이들은 정(鄭)나라를 향해 호호탕탕(浩浩蕩蕩) 쳐들어갔다.
🎓 36편 계속........
출처 – 평설열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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