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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글쓰기 열국지 042

by 다빈1966 2021. 11. 12.

[列國誌]

■ 1부 황하의 영웅 (42)

제 1권 난세의 강


제6장 정장공의 복수(6)


그들이 왕성으로 들어가 천자를 만난 것은 주환왕(周桓王) 3년 겨울이었다.

그 무렵은 여러 제후들이 입조하여 주환왕에게 인사 올리던 때이기도 했다.

제족(祭足)의 예상대로 정장공(鄭莊公)에 대한 주환왕의 대접은 그다지 온화하지 않았다.

아니 냉랭하다고 해야 하는 편이 더 옳았다.


본래부터 주환왕(周桓王)은 정장공 좋아하지 않았다.

더욱이 얼마 전에는 좀도둑처럼 왕실 직할지에 침입하여 곡식까지 훔쳐가지 않았던가.

그일을 잊을 리 없는 주환왕이었다.

정장공(鄭莊公)을 보자 대뜸 물었다.

"정(鄭)나라 올해 종사 잘되었는가?“

"왕의 은덕에 힘입어 다행스럽게도 장마나 가뭄은 없었습니다."


정장공(鄭莊公) 대답에 주환왕은 냉소 머금었다.

"왕실도 다행히 온 땅과 낙읍 벌판의 곡식 덕분에 굶지 않고 있소."

대단한 비꼼이었다.

눈치 빠른 정장공(鄭莊公)이 이런 조롱과 야유를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각오 하고 있었지만, 주환왕(周桓王) 그때의 일을 가지고 이렇듯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줄은 몰랐다.


정장공(鄭莊公) 입술을 깨물었다.

- 이래서는 송나라를 치겠다는 말을 꺼낼 수가 없다.

아무 말없이 앉았다가 슬그머니 자리 빠져 나왔다.

숙소로 돌아온 정장공(鄭莊公) 마음이 우울했다.



그 날 저녁이었다.

정장공(鄭莊公)의 숙소에 까닭 모를 곡식 열 수레가 들어왔다.

곡식을 가지고 온 사람이 말했다.

"왕께서 말씀하시기를, 받아두었다가 흉년에 쓰라 하십니다.“

정장공(鄭莊公) 마음은 더욱 어두워졌다.

제족(祭足) 역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함께 울분 터뜨릴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는 정장공 위로하듯 부드러운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왕이 내린 물건 천총(天寵)이라 합니다.

천총(天寵) 좋건 싫건 받으셔야 합니다.

만일 주공께서 받지 않으신다면 그때는 벌어진 틈을 더욱 돌이킬 수가 없게 됩니다.

아직은 왕실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정(鄭)나라가 왕실을 잃게 되면 모든 제후에게서도 따돌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은 모르는 척 받아두십시오."



정장공과 제족(祭足)이 마주 앉아 한창 앞일 의논하고 있는데,

관사에서 일하는 관리가 들어와 조심스럽게 보고했다.

"주공 흑견께서 비단 두 수레를 가지고 오셨습니다.“

"주공이?“

뜻밖이었다.

주공(周公)이라면 주나라 내정을 책임지는 제후와 동격의 관직이다.

당연히 왕과 친밀한 사이며, 제후와 마찬가지로 세습이었다.

정장공은 제족(祭足)을 바라보았다.

"주공 흑견이 비단 가지고 나를 찾아온 까닭이 무엇일까?"


주환왕(周桓王)으로부터 연속해서 조롱을 받은 정장공(鄭莊公)

왕의 대리인이나 다름없는 주공 흑견의 방문이 불안하게만 여겨졌다.

그런데 제족(祭足)의 얼굴이 이상하게 밝아졌다.

"제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주공께서는 흑견을 잘 대접하시고 내주는 비단 받아두십시오."


"좀 더 알기 쉽게 말해보시오.“

"이는 흑견이 왕성에서의 일 미안하게 여기고 주공의 마음 풀어 주기 위해 단독으로 찾아온 것이 틀림없습니다.“

"흑견이 굳이 나를 위로할 이유는 없을 터인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예전부터 흑견은 우리 정(鄭)나라에 의지 하려는 마음 강 했습니다.

지난번 우리가 곡식을 훔쳐왔을 때도 왕을 만류한 사람이 주공 흑견입니다.

그는 마음속으로 정나라를 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왕의 뜻을 어겨가면서까지 나와 친하게 지내려는 이유 알지 못하겠소.“

"거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겁니다.

듣기로, 지금 주환왕(周桓王)에게는 아들 둘 있습니다.

첫째 왕자의 이름은 타이며, 둘째 왕자의 이름은 극(克)입니다.

그런데 주환왕은 둘째 왕자 사랑하고 있으며, 흑견도 이에 동조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주나라에서 왕위를 놓고 다툼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때를 대비해서 흑견은 미리 주공의 환심 사두려는 것 틀림 없습니다.

주공께서는 서슴지 마시고 그의 호의 받아두십시오.

꼭 쓰일 곳이 있습니다."



정장공(鄭莊公)은 제족의 말에 따라 주공 흑견 정중히 맞이했다.

흑견은 예의바르게 들어와 인사 올렸다.

그러고는 한참동안 정장공 칭찬하는 말만 늘어놓다가 돌아갔다.

흑견이 떠나자마자 정장공은 다시 제족(祭足)에게 물었다.

"그대 말대로 흑견 나의 환심을 사는 말만 늘어놓고 돌아갔소.

그런데 아까 그대는 비단이 쓰일 데가 있다고 했는데, 대관절 그것을 어디에 쓸 작정이오?"


정장공의 물음에 제족(祭足)은 엷은 웃음 입가에 머금으며 목소리 낮추었다.

"송나라를 치기 위한 왕사군(王師軍)을 편성하는데 사용할 작정입니다.“

"왕사군(王師軍)이라니?
나는 왕에게 송나라 얘기 꺼내지 못했는데?“


"주공께서 어찌 그리도 순진하십니까?

이번에 우리 정(鄭)나라가 주왕실에 들어왔다는 사실 이웃 나라들 다 알고 있습니다.

또한 주환왕(周桓王)이 주공에게 곡식이 담긴 수레 열 대를 내주었다는 사실도 다 알고 있습니다.

바로 이 점을 이용하자는 것입니다."


"..................?"

"주공께서는 더 이상 이 곳에 머무실 필요가 없습니다.

내일 당장 신정으로 귀국하시되, 돌아가실 때 주환왕이 내린 곡식을 열 대의 수레에 나누어 싣고,

다시 흑견이 보내온 비단으로 그 위를 덮으십시오.

그리고는 낙양을 벗어나자마자 '왕께서 송나라를 치라고 군량미를 내려주셨다'하고 선전하십시오.

천자(天子)의 명 받은 군대 왕사군(王師軍) 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모든 나라의 제후들은 우리를 따라 송(宋)나라,,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제야 정장공은 제족(祭足)이 말하려는 바를 깨달았다.

정장공(鄭莊公)은 너무나 기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제족(祭足)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그대의 지혜는 귀신도 따르지 못할 것이오."

일이 되느라 그런지 또 하나의 기쁜 소식이 정장공(鄭莊公)의 귀에 전해졌다.

주공 흑견이 주환왕(周桓王)을 설득하여 정장공에게 좌경사(左卿士)의 직책을 다시 내리게 하였다는 것이었다.

하루 사이에 정장공은 지옥과 천당을 오간 셈이었다.

"우하하하... 주환왕(周桓王)이 나의 벼슬을 아주 빼앗지는 못하는구나."


다음 날, 정장공(鄭莊公)은 왕성에 들어가 좌경사의 직위를 받은 후 낙양을 떠났다.

그는 낙양 교외로 나오자마자 널리 선전하기 시작했다.

- 우리 정(鄭)나라는 천자의 명을 받들어 좌경사의 자격으로 송(宋)나라를 치고자 한다.



🎓 다음에는 드디어 정장공이 기다려왔던 복수전이 이어집니다.

43편 기대해 주세용..

출처 - 평설열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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